불협화음, 말러, 그리고 그 이후 - Part1
안녕하세요! 가우디오랩에서 음성 AI를 연구하고 있는 Ste(스테)입니다.
요즘 클래식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의 음악을 가우디오랩에 살포하고 있는 중인데요!
말러하면 불협화음이 강하고 형식이 난해한 음악을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인생에서 느낀 사랑과 고통의 감정을 여실히 표현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사용한 이 불협화음에 대해 음향학적으로, 음악내적으로, 그리고 음악사적으로 R아보도록 하죠!~
1 불협화음
음악은 소리를 재료로 삼는 예술이다. 맛있는 국을 끓이려면 깊은 맛을 내기 위해 고기나 해산물 같은 기본 재료가 중요한 것처럼, 음악에서도 조화로운 화성이 토대를 이룬다. 하지만 이 기본 재료만으로는 충분한 맛이 나지 않는 것처럼, 음악에서도 불협화음이라는 강한 개성이 더해져야 깊고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하게 된다. 화성음으로만 이루어진 음악은 마치 고기만 들어간 단순한 국물처럼 단조롭고 밋밋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반면 불협화음은 때때로 음악에 자극을 주고 긴장감을 더해, 마치 감칠맛 나는 양념처럼 음악의 매력을 한층 풍부하게 만든다.
1.1 복잡한 정수비
불협화음은 어떻게 발생하는가? 이는 음향학적으로 음이 갖는 진동수간의 비율에서 비롯된다. 음은 물체의 진동을 통해 생성되며, 동시에 울리는 두 음의 진동수가 단순한 정수비를 이루면 우리는 이를 협화적이라고 느낀다. 그에 반해 불협화음 비교적 복잡한 정수비를 가지며 불협화적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아래의 표는 각 음의 조화로운 비율과 불협화음의 비율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2:1 비율의 완전8도(옥타브)와 3:2 비율의 완전5도는 귀에 조화롭게 들린다. 이러한 비율들은 서로 어울려 화성을 형성하며, 음악의 기본적인 조화의 기초가 된다. 반면, 진동수 비율이 복잡해질수록 이러한 조화는 깨지고 불협화음이 형성된다. 이를 테면, 16:15 비율의 단2도와 45:32 비율의 증4도는 불협화음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불협화음은 음악에서 긴장감이나 감정의 변화를 표현하는 데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다. 그렇다면 극단적으로 복잡한 비율, 예를 들어 441:440과 같이 두 음의 진동수가 미세한 차이가 나는 경우는 어떨까?
1.2 맥놀이(beating)
불협화음을 바라보는 또 다른 방법으로 맥놀이(beating) 현상을 고려할 수 있다. 이는 두 진동수가 아주 가까운 두 음이 동시에 울릴 때, 진동수 차이로 인해 진폭이 주기적으로 변조(modulation)되는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이 빠르게 반복되면 마치 타악기를 격렬히 두드리는 것 같은 소리가 나 불쾌한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영어로 beating라고 표현한다. 물리학자 헬름홀츠 주장으로는 30-40Hz에서 이러한 긴장이 가장 두드러진다고 한다. [2] 맥놀이 현상의 원리는 삼각 함수의 덧셈 공식으로 쉽게 유도할 수 있다.
진동수 f1과 f2를 가진 두 사인파의 합성 파는 다음과 같다:

이에 삼각 함수의 덧셈 공식을 적용하면,

여기서, 앞의 cos 항은 진동수 (f1+f2)/2로 진동하는 중심 진동수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뒤의 sin 항은 맥놀이 진동수를 나타내며, 진동수 |f1−f2|/2로 진동한다. 정말 놀랍고 신기한 일이다. 두 개의 다른 진동수를 가진 파형을 결합했더니 평균이 되는 중심 주파수가 새로이 생겨나고, 이전에 없던 진폭이 감쇄되었다 증폭되는 변조를 일으키는 항이 생겨났다. 필자는 소싯적 피아노를 배우면서 C음과 E음을 내면 그 사이의 D음이 나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을 듣고 한참을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음을 내는 발원지가 같고 진동수가 적게 차이 날 때는 가능하다니 놀랍지 않은가!

Figure 1에서는 서로 다른 두 진동수의 합성 결과를 그래프로 나타내고 있다. (a)와 (b)에서는 A음으로 거의 같은 440Hz와 441Hz를 합성한 예를 보여준다. 앞서 복잡한 비율로 불협화가 날 것으로 예상했던 이 비율은(440+441)/2=440.5Hz의 중심 진동수를 갖고 (441-440)/2=0.5Hz의 맥놀이 진동수를 갖는 협화음으로 들린다. 이는 맥놀이가 매우 느리게 발생하여 ’오앙오앙’ 소리를 내는 진폭 변조로 들리고 beating을 하는 타악기처럼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c)와 (d)에서 불협화음인 단2도는 440Hz를 기준으로 할 때 469.33-440=29.33Hz의 맥놀이 진동수를 갖는다. 이는 마치 드럼을 1초에 30번 정도 치는 것 같이 강한 긴장감을 일으켜 불협화음으로 인식된다. (e)와 (f)에서는 협화음으로 규정했던 A음과 C#음을 보여준다. 계산상 550-440=110Hz의 맥놀이를 일으키는데, 이렇게 너무 빠른 맥놀이는 리듬으로 인식되지 않아 두 개가 서로 독립적인 음으로 들리고 협화음으로 인식된다.

[2] 헬름홀츠는 이러한 방식으로 맥놀이에 의한 불협화음의 분석을 제안했으며, [3] 플로프와 레벨트는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불협화음에 대한 인식 정도를 실험한 뒤, 옥타브 내에서 각기 다른 비율들이 얼마나 불협화도를 갖는지 그래프로 그려보았다. 이를 음정을 기준으로 다시 구현하면 Figure 2과 같다. 그래프에 따르면 협화음인 완전1도, 장/단3도, 완전4도, 완전5도, 장/단6도, 완전8도에서 그 주위에 비해 낮은 불협화도를 갖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또한, 단2도에서 완전1도로 가는 사이에 맥놀이에 의해서 발생되는 긴장감에 의해 높은 불협화도가 생김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불협화도는 완전1도에 매우 근접하게 되면 다시 급격하게 감소하게 되는데 앞서 설명했듯이 맥놀이의 진동수가 작아지면서 더 이상 두드리는 긴장감을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1.3 비화성음
앞서 말했듯이 음악에 있어서 불협화음의 존재는 음악을 다채롭고 풍부하게 만드는 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다. 음악에서는 음정 간의 관계를 더욱 구조적으로 만들고 위계질서를 부여해 화성이란 체계를 만든다. 이를테면 C코드를 이루는 C-E-G 화음이 그 예이다. 이 화음은 C음을 기준으로 협화음이라 인식되는 완전5도 위의 G음을 올리고, 비교적 협화음인 E음을 중간에 배치한다. 이렇게 구성하고 나면 C, E, G을 제외한 다른 음들은 모두 비화성음이라 부르는데 이를테면 D, F, A, B 등은 모두 C, E, G 중의 하나 이상과 불협화음을 이루게 된다.
모차르트를 비롯한 고전음악의 특징을 말하라면 이러한 협화음에 의한 화성음과 불협화음에 의한 비화성음의 위계가 명확히 존재한다는데 있다. 비화성음으로 등장한 불협화음은 다른 화성음들과 긴장을 조성한다. 이러한 긴장은 비화성음이 화성음으로 옮겨가면서 완화되어야 한다. 이러한 완화를 음악적 용어로 해결이라 부른다. 뚜렷한 화성적 구조 내에서 이러한 긴장-해결의 구조가 퍼즐을 짜 맞추듯 수도 없이 반복되면서 음악이 이끌어져 나간다. 마치 언어에서 명사가 있으면 형용사나 동사로 풀이되고, 형용사와 동사는 부사로 수식되듯이 말이다. 비화성음이 없이 화성음만 가득한 음악이라면 형용사와 동사 없이 명사로만 말하는 어린아이와 같이 순진무구하게만 들릴지 모른다.

Figure 3에서는 모차르트가 그의 현악 4중주에서 불협화음을 만들고 절묘하게 이에 대한 해결을 해나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아다지오로 시작하는 이 패시지는 첼로의 C음의 연속으로 천천히 시작한다. 두 박을 지나 이윽고 비올라에서 Ab음이 등장하는데 시작부터 1 전위 화음이라니 어딘가 만족스럽지 못한 느낌이 든다. (원래대로라면 음악의 시작은 기본위치에서 완전5도와 함께 등장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을 곧바로 2 바이올린에서 Eb을 채움으로써 완전한 Ab화음을 만들어 긴장을 다소 완화하는듯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바로 다음 박에서 1 바이올린의 A♮음에 의해서 완전히 부정당하고 만다. 물론 이때, 비올라는 어느샌가 살며시 G음으로 옮겨가 Ab과 A♮이 동시에 울리는 최악의 상태만은 막는다. 하지만 최악만 면했을 뿐 옮겨간 G음도 계속 있자니 1 바이올린과의 장2도 음정으로 꽤나 불편하긴 매한가지다. 더군다나 2 바이올린에서 울리는 Eb음이 이전 Ab Major에서는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지만, 지금은 A♮과 함께 악마의 음정이라 불리는 증4도가 되고야 말았다. 따라서 즉시 비올라의 A음과 2 바이올린의 Eb음은 각각 F#음과 D음으로 해결된다.
모차르트는 이 작품에서 16세기 교회음악에서 그렇듯이 정교하게 음정을 컨트롤하는 대위적 기법을 동원하여 협화음과 불협화음 사이의 좁다란 길을 교묘하게 파헤치는 실험을 해나간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고전적인 화성과 대위 규칙 내에서 움직이며 이전까지 보여줬던 고전화성의 한계를 실험했을 뿐 그 근간을 흔들지는 않는다. 기능화성이라고 불리던 고전화성이론의 파격과 발전의 몫은후배 작곡가들에게 숙제로 남겨둔 채 말이다.
불협화음, 말러, 그리고 그 이후 - Part 2에서 이어집니다.
References
[1] Jens Malte Fischer. Gustav Mahler. Yale University Press, 2011.
[2] Hermann LF Helmholtz. On the Sensations of Tone as a Physiological Basis for the Theory of Music.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9.
[3] Reinier Plompand Willem JM Levelt. “Tonal consonance and critical bandwidth”. In: Journal of the Acoustical Society of America38(1965), pp. 548–5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