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이💁🏻♀️: “겨울이 왔다, 스타트업들은 더 추울 것이다”라고들 말합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경쟁자가 줄어드는’, 혹은 ‘저력이 증명되는’ 기회라고도 말합니다. 정말 가우디오랩에도 겨울이 온 걸까요?
헤니🧑🏻💻: 저 멀리서 찬 기운이 돌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작년 하반기 투자 B 라운드를 마무리 지을 때부터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가우디오랩의 첫 번째 겨울을 떠올리게 됐어요. 18년 겨울, 미국에서 전속력으로 달리고 투자금의 8할 가까이를 뜨겁게 태운 뒤 돌아왔을 때를요. 아주 추운 겨울 한국으로 돌아온 저는 미국에서 내렸던 모든 결정에 대해 치열하게 하나씩 복기하기 시작했습니다. 내렸던 결정, 당시의 상황, 각자의 이유들, 그리고 그에 대한 회고까지 하나씩 써 내려갔어요. A 안대로 하면 어땠을까, 혹은 B 안이면 달랐을까. 생각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죠. 그때의 결과물들이 지금도 컨플루언스 어딘가에 잘 숨어있을 텐데요. 그 결정과 회고들이 켜켜이 쌓여 22년의 겨울을 버티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듀이💁🏻♀️: 가우디오랩은 이미 겨울을 한차례 지나온 바 있습니다. 헤니가 느끼는 18년의 겨울과 현재의 겨울의 모습은 어떻게 다른가요?
헤니🧑🏻💻: 참 아프고 혹독한 겨울을 미리 겪었습니다. 2018년, 새해가 밝은 첫 영업일, BD 총괄 책임이 회사를 떠나겠다고 제게 의사를 표했습니다. 잇따라 비즈 팀 구성원들이 회사를 떠날 의사를 밝혔고, 지금의 즐거운 싹타워에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부정적인 기운이 가우디오랩을 감돌았죠. Ted, Ben과 함께 매 주말마다 출근해 회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끝장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피자 1판 사이즈로 규모를 최소화하는 것에 대한 고민도 진지하게 했고요. 그리고 3월, 구 오피스인 안타워의 애월에서 그간의 고민들과 함께 우리의 Runway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마지막 남은 총알 한 발에 우리의 운명이 걸려있음을 발표했습니다. 가우디오는 문을 닫더라도 여러분 개개인에게는 매우 큰 경험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심지 끝까지 태워보기로 했고요. 자랑스럽게도 모든 가우딘이 결연한 각오로 그 시기를 잘 버텨주었습니다. 종종 말씀드렸지만, 창업을 할 때도, 첫 번째 겨울을 맞이했을때도 “멀리 가려면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모두가 극한의 고생을 해야 했던 그 시기는 어쩌면 지금의 겨울을 버티는 예방주사 역할을 하는지도 모릅니다. 다시 최악이 재연되지 않도록 현재에 충실하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듀이💁🏻♀️: 첫 번째와 두 번째 겨울 사이, 가우딘의 숫자는 2배 이상 많아졌습니다. ‘가우디 다운’ 소중한 동료가 그만큼 많이 합류했는데요. 그 사이 가우디오랩에 찾아온 큰 변화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헤니🧑🏻💻: 18년의 겨울을 겪을 때 전체 가우딘 인원은 20명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현재는 그 2배 이상의 규모이고요. 근무 환경, 시장의 상황, 팀 성격, 조직 구성 등이 모두 다릅니다. 다양성이 훨씬 넓게 확장되었죠.
스타트업씬 전체가 어려워지는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가우딘은 한 명 한 명 아주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개개인이 본인이 맡은 일에 대해 책임을 가지고 뛰어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건 물론이고, 문화적으로도 제가 모르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어요. 어느 날 우도에 대형 전자 드럼이 생기고, 어느 날 제가 여러분 앞에서 U2 노래를 부르게 되기도 했고요 (머쓱),, 갑작스레 등산 모임에 초대되어 막걸리를 마시러 산자락으로 향하고, 우도에서 함께 파티를 즐기는 건 흔한 일상이 되었죠.
제가 모르는 일들이 생길 때, 그리고 그를 불안함이 아닌 기쁨으로 느낀다는 사실이 매우 고무적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마음을 갖게 해 준 가우딘 모두가 참 든든하고 감사합니다.
듀이💁🏻♀️: 겨울나기를 하는 헤니의 머릿속에는 어떤 단어들이 들어있나요? 가우디오랩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 시기를 견디고, 또 어떻게 더 멋지게 성장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헤니🧑🏻💻: 사람마다 이 시기를 체감하는 무게와 온도가 다 다를 겁니다. 일일이 언급하지 않아도, 서로의 눈빛만으로도 잘 알 수 있어요. 하지만 정말 모두 멋지게 잘 해내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헨젤과 그레텔이라는 동화 속 두 주인공이 빵 조각을 하나씩 흘려가며 돌아가는 길을 기억하고자 했으나 새들이 무심히도 다 먹어치워버렸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퇴로가 없어졌지만 그 둘은 결국 해피엔딩을 만들어냅니다. 어쩌면 퇴로가 없다는 사실이 그들을 더욱 분투할 수 있게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18년도의 혹독한 겨울을 겪어보았기 때문에, 누구보다 그 고통을 잘 알기 때문에, 저 또한 ‘퇴로가 없다’라는 마음가짐으로 가우딘에게 당시와 같은 고통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 퇴로를 고려하지 않는 것에 가깝습니다. 단순 Exit이 목적이 아닌, 상장 그 후의 가우디오랩의 스테이지를 가우딘과 함께 만들어 가고 싶으니까요.
매주 타운홀을 통해 서로의 일과 성과를 나누고 격려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우리도 다 함께 한 방향으로 힘쓰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느낍니다. 한 명 한 명 정말 대단하다고 크게 손뼉 치고 싶어요. 최근에는 사업의 막힌 혈을 뚫기 위해 많은 고민과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Deal making에 시간이 걸리는 비즈니스 구조입니다. 하지만 곧 활짝 핀 성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여러분 모두를 크게 기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듀이💁🏻♀️: 마지막 질문! 헤니에게.. 가우딘이란? (무릎팍도사 버전인데요, 모르는 사람 눈 감아요..)
헤니🧑🏻💻: (껄껄…🤭) 가족보다 더 많이 식사를 같이하고, 더 많은 치약을 나눠쓰고, 그러면서도 정말 ‘가족’과는 다른… ‘식구’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자발적으로 식구가 되기로 ‘선택’해서 소속된 조직인 것이죠. 우리 식구들이 좋은 사람들과 계속해서 같이 섞여 밥을 먹을 수 있도록, 가우디오랩을 선택한 그 결정이 각자의 삶에 기쁨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제 역할이자 무거운 책임이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늘 고맙고,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해요.